
이스라엘의 인공지능 전쟁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의 전쟁에서 운용하고 있다는 AI 머신은 ‘라벤더Lavender’와 ‘가스펠The Godpel’이다. 라벤더는 전화, 이메일, 메신저 등 통신 기록과 위성 이미지, 기타 정보와 같은 다양한 데이터를 융합해 매일 수천 명의 하마스 전투원들을 표적으로 식별한다. 이스라엘군 운영자는 그 결과를 검토 후 공격을 명령하고 있다.
라벤더는 한마디로 ‘하마스 킬링 리스트’를 만드는 AI 머신이다. 누구를 사살할지 라벤더가 정한다. 리스트는 미사일 부대, 보병 부대 등에 전달되고 군인들은 명단에 올라 있는 ‘테러리스트’를 사살하는 작전을 수행한다.
이스라엘의 또 하나의 AI 머신은 가스펠이다. 이스라엘 방위군(IDF)은 인간 외에 공격할 건물과 인프라도 AI 머신 가스펠로 선정한다. 하마스 무장대원들의 전투 지휘 본부, 무기 창고, 로켓⋅미사일 발사대 시설이 우선 목표이고 무장대원이 살고 있는 민간 주거 건물과 도심의 건물, 학교, 은행 등은 2차 목표로 설정돼 있다.
이스라엘은 군용 AI 연구를 전 세계 어느 국가보다 열심히 진행하고 있다. 아리엘 포라트 텔아비브대 총장은 “이스라엘에 인공지능(AI)은 생존 도구”라고 말했다. 또한 아이작 벤 이스라엘 텔아비브대 융합 사이버 연구 센터(ICRC) 대표는 “이스라엘의 AI는 직간접적으로 군과 연결돼 있다.”라고 말했다.
현재 이스라엘 내 첨단 기술 업체는 약 9,100개에 이른다. 이 가운데 AI 전문 업체는 최소 2,200개라고 한다. 박사급 AI 전문 인력도 4,000명에 달한다. 이스라엘이 인구 1000만 명의 작은 나라라는 점을 감안하면 ‘AI 올인’이라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다.
미래 AI 전쟁의 실험실 우크라이나
우크라이나는 미국 기업이 만든 ‘메타콘스텔레이션(MetaConstellation)’이라는 AI 표적 획득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다. 이는 위성 이미지, 오픈소스 데이터, 드론 영상, 지상에서 수집된 보고서 등을 분석하여 지휘관에게 군사적 옵션을 제공하는 것이다. 지금은 우크라이나 표적 선정(Targeting)의 대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또 다른 도구는 우크라이나의 ‘비밀 무기’로 불리는 ‘클리어뷰Clearview’다. 이 프로그램으로 우크라이나는 군사 침공에 참여한 23만여 명의 러시아 군인을 식별하여 전쟁범죄 혐의를 입증할 증거와 연결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현재 클리어뷰의 안면 인식 데이터베이스는 세계 최대 규모로 400억 개로 늘어나 지구상의 모든 사람당 평균 5개의 이미지를 보유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전쟁을 ‘인류 역사상 최초의 알고리즘 전쟁(Algorithmic Warfare)’이라고 분석했다. 표적 획득 프로그램을 우크라이나가 스타링크Starlink와 결합시켜 디지털 전장에서 ‘전자 킬 체인(Digital Kill-Chain)’을 형성함으로써 ‘전쟁의 혁명(Revolution in warfare)’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전쟁 혁명’의 핵심은 드론drone(무인 항공기)이다. 우크라이나군은 표적 획득 프로그램으로 미사일이나 포병 또는 무장 드론을 선택하여 화면에 표시된 러시아 표적을 공격한다. WP는 이에 대해 ‘마법전쟁’ 또는 ‘비밀 디지털 전투’가 벌어지는 중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가장 최근의 예로 9월 18일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은 드론으로 러시아 트베리 지역 토로페츠Toropets에 있는 러시아 미사일 창고를 공격해 폭발시켰다고 밝혔다. 자폭 드론 100대 이상이 투입됐다고 전해졌다. 해당 지역은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서쪽으로 약 380킬로미터, 우크라이나 국경에선 약 550킬로미터 떨어져 있다. WP는 전쟁의 긴박함으로 인해 우크라이나가 ‘일종의 슈퍼 발명 실험실(a kind of super lab of invention)’이 되었다고 표현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인류 역사상 최초의 알고리즘 전쟁(Algorithmic Warfare)’
‘전자 킬체인을 완성한 전쟁의 혁명(Revolution in warfare)’
‘일종의 슈퍼 발명 실험실(a kind of super lab of invention)’
- 〈The Washington Post〉

로봇 개 투입 현실화돼
이렇게 ‘드론’이 주요 무기로 새롭게 각광받고 있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국방부가 로봇 개를 최전방에 배치한 영상을 공개하여 SF 영화에서나 볼 법한 전쟁이 현실화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군인이 숲이 우거진 지역에서 로봇 개의 열화상 카메라를 사용해 함께 정찰하는 모습도 담겼다.
보도에 따르면 실제로 우크라이나군은 영국 회사인 브릿 얼라이언스로부터 ‘배드 2(BAD 2)’라는 이름의 로봇 개 30대를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로봇 개는 다섯 시간 동안 3.2킬로미터를 이동할 수 있으며 대당 가격은 9,000달러 정도다.
전장에서의 로봇 개 투입이 병력 소모를 줄이는 장점도 있지만 이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SF 영화 속 킬러 로봇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커졌기 때문이다. 중국 역시 지난 5월 관영 언론 CCTV를 통해 걸어가며 총탄을 쏘는 로봇 개의 모습을 공개한 바 있다. 총뿐만 아니라 불을 쏘는 로봇 개도 있다.
러-우 전쟁은 AI가 핵무기와 같은 ‘비대칭 전력’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 준 최초의 전쟁으로 기록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전 세계 AI 방공 시스템
미국 국무부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의 최소 30개 이상의 국가가 AI 자율 방공防空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군사 강국들은 또한 자동화된 전장의사결정 시스템인 로봇 지휘관을 만들기 위해 서두르고 있다. 군사학자 앤서니 킹은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데이터와 AI는 현재 전쟁의 핵심이며 어쩌면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미 안보 기관 연구원인 폴 샤레는 지난 2월 발표한 에세이를 통해 규제 마련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그는 군용 AI는 인간의 감독이 반드시 전제돼야 하며, 핵무기에 대해선 통제권을 인간만이 갖도록 하며 드론 사용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재설정하는 등의 방안을 제안했다. “제한이 없다면 인류는 기계가 주도하는 위험한 전쟁의 미래로 달려가게 된다.”라며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문이 빠르게 닫히고 있다.”라고 적었다. (한재욱 객원기자 / 본부도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