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 하락과 고령화 문제
바닥없이 추락하는 대한민국 출산율
4분기 합계출산율 0.6명대 예상
한⋅중⋅일의 똑같은 미래
개도국도 저출산 고령화 추세
출산율 줄고 인구도 줄어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9월 출생아 수는 18,707명이다.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3,211명, 14.6%가 줄어들었다. 열두 달 연속 1년 전 대비 최저 기록이자, 역대 최대 감소율이다. 이에 따라 지난 3분기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를 뜻하는 합계출산율이 0.7명으로 집계됐다. 역대 3분기 기준 최저 기록이자 지난 2분기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최저 기록이다. 통상 연말로 갈수록 출생아 수가 적어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음 4분기에는 0.6명대로 추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계청은 다만 지난 1분기 합계출산율이 0.81명이었기 때문에 연간 0.7명 선은 무너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에 고령층 인구가 점점 늘면서 사망자 수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출생아는 줄고 사망자는 늘어나는 탓에 3분기에만 인구가 30,350명이 자연 감소했다([출생아 수]–[사망자 수]). 이미 9월까지 인구는 82,382명이 자연 감소한 상태다.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 말까지 인구가 10만 명 이상 감소할 것이 유력하다.
출산율 0.6의 의미
4분기 출산율로 예상되는 0.6은 어떤 의미일까. 만약 남녀 100명의 부모 세대가 있고 합계출산율 0.6을 계속 유지한다면, 1세대 부모는 50쌍의 부부를 이룰 것이고 30명의 자녀를 출산할 것이다. 2세대 남녀는 15쌍의 부부를 이룰 것이고 9명의 자녀를 출산할 것이다. 9명의 자녀가 100명의 조부 세대를 부양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청년 한 명당 12명의 윗세대를 부양하는 것이다. 그리고 한 세대가 더 진행될 경우 다음 세대는 약 3명이 된다.
중국과 일본의 저출산 고령화
한국이 전철을 밟아 가고 있는 일본. 일본은 2005년부터 전체 인구가 감소한 데다, 2023년 올해 말엔 무려 80만 명이 줄 것으로 예상한다. 이미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일본에 요즘 비상이 걸렸다고 한다. 내년 단카이 세대(1947~49년 출생)가 모두 중증 질환에 노출되기 쉬운 75세를 넘어 의료 수요 폭증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일본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지난해 기준 29.3%, 75세 이상은 15.7%다. 노인 인구는 계속 늘어나 2040년 65세 이상이 35.3%, 75세 이상이 20.2%에 도달할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2025년 65세 이상 인구가 20.6%를 기록해 초고령 사회가 된다. 2017년 고령 사회에 진입한 후 8년 만이다. 2035년 30.1%로 일본(32.8%)을 바짝 쫓고, 2050년 40.1%로 일본을 역전할 전망이다.
이웃 나라 중국도 출산율 추락으로 긴장하고 있다. 지난해 출산율은 1.09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지난해 중국의 출생아 수는 956만 명으로 1949년 건국 이후 처음 1,000만 명대를 밑돌았다. 올해는 이보다 10% 이상 줄어들며 가까스로 800만 명대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신생아 수가 5년 만에 40%나 줄어든 것이다. 부진한 경기 회복세와 심각한 취업난 등으로 장래를 기약할 수 없는 청년층이 결혼 및 출산을 기피하는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저출산은 다른 나라들과 달리 ‘한 가정 한 자녀 정책’에 따른 기형적 성비性比 문제가 또 다른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의 20~39세 가임기 여성의 숫자는 2030년이면 지금보다 20%가량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출산이 가능한 여성 자체가 적어진다는 점에서 중국의 출산율 하락세는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보인다.
점점 빨라지는 개도국들의 저출산 고령화 사회 진입 속도
브라질 등 남미⋅아시아 개도국(개발 도상국)에서도 나이가 들어 일자리를 떠난 은퇴 인구는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데 반해, 출산율 저하와 기대수명 연장 등으로 일할 사람은 줄어드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영국과 미국은 여성 1인당 출산율이 6명에서 3명 미만으로 떨어지는 데 각각 95년과 82년이 걸렸지만 터키는 27년, 브라질은 26년, 중국은 11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미 오래전부터 고령화 시대에 대비해 온 선진국과는 달리 이들 개도국은 변화하는 고령화 추세에 신속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인구 절벽 미래 절벽
저출산 문제는 독립적으로 바라볼 수 없는 문제다.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모든 문제의 마지막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문제 해결의 방법도 출산 그 자체를 장려하는 데 있지 않다. 이것은 마치 기업 가치가 떨어져서 주식값이 추락하고 있는데 주식을 매입해서 주식값을 올리겠다는 생각이나 다름없다. 반대로 생각해 보면 주식값이 그 기업의 미래 가치를 반영하는 것처럼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은 우리의 미래가 그만큼 병들어 있음을 보여 준다. 그래서 저출산 문제를 겪는 나라에서는 당연하게도 청년 세대의 좌절이 터져 나오고 있다.
중국 공산당은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탕핑躺平족’이라는 단어를 검색 금지시켰다. 탕핑족은 글자 그대로 늘 몸을 반듯이 누이고 아무것도 안 하는 사람들을 뜻한다. 그러나 검색 금지를 시킨다고 문제가 해결될 리 없다. 중국의 극심한 취업난으로 탕핑족은 계속 속출하고 불투명한 미래에 불만이 누적되고 있다. 이보다 앞서 대만에선 2000년대 초부터 불혼不婚⋅불생不生⋅불양不養⋅불활不活, 즉 사불四不이란 말이 유행했다. 청년들이 결혼⋅출생⋅양육, 나아가 삶을 포기하는 세태를 빗댄 신조어지만 지금까지 변함없이 회자되고 있다.
일본에도 모든 것을 체념한 ‘사토리 세대’가 있다. ‘사토리’는 ‘달관하다, 깨닫다.’ 등의 의미를 담고 있다. 사토리 세대는 연애도 소비도 여행도 흥미가 없다. 때문에 일본 정부는 돈과 명예욕, 출세 등에 아예 관심을 끊은 채 득도한 것처럼 최소한의 욕망만을 갖고 살아가는 사토리 세대들을 위한 정책 마련에 골치를 앓고 있다. 모두 우리나라의 ‘N포 세대’와 비슷한 말들이다.
‘인구 절벽’은 ‘미래 절벽’이다. 미래가 끊어지고 있다. 그런데 누구나 문제는 알지만 아무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기존의 과도한 경쟁, 갈등 구조, 상극 질서 아래서는 답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증산甑山이 증산增産*이라는 태모님 말씀이 있다. 저출산, 인구 문제를 돌아보며 새로운 법, 상생의 질서가 나와야 사람과 새로운 미래를 생산할 수 있다는 태모님의 말씀이 마음에 울린다. (이강희 객원기자 / 본부도장)
*증산增産 : 생산生産이 늚, 또는 생산生産을 늘림.